뜨거운 공매도 논쟁, 무엇을 알아야 할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2020년 3월에 한시적으로 6개월간 전면 금지된 공매도는 작년 9월 또 다시 6개월간 금지 조치가 연장됐습니다. 그런데 금년 3월 재개가 예정돼 있는 공매도를 두고 정치권 주도의 추가 연장론과 투자자들의 영구적 금지론 청원까지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면서, 공매도는 다시 연기되어 5월에 재개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게임스톱 주식에 대해서 헤지펀드 등 대규모 공매도를 치자 200만 개인투자자들이 연대해 반발 매수로 맞받아치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자 공매도 논쟁이 의회 청문회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에서 지금처럼 공매도 논쟁이 뜨거운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공매도 규제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논쟁이 바람직한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할텐데요.
오늘은 공매도에 대한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 알아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공매도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란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A종목 주가가 1만 원인데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이때 A종목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1만 원에 공매도 주문을 냅니다. 그리고 실제 주가가 8,000원으로 하락했을 때 A종목을 다시 사서 2,000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기법입니다.
주식 공매도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주식 공매도는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과 채무불이행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부정적 소문을 유포하거나 관계자는 부정적 기업보고서를 작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부담이 증가해 빌린 주식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공매도에 대해 알아야 할 사실들
1. 공매도 제도는 420년 세계 증권시장의 역사 속에서 그 역할 내지 기능이 충분히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공매도자만 좋아할 뿐 투자자도 기업도 정부도 모두 공매도를 싫어하는데 공매도는 오랜 역사를 거쳐 지금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매도는 분식회계 등 거짓 정보와 주가조작을 저격하고 신용매수와 대립적 짝을 이루어 시장의 균형을 도모합니다. 공매도가 합리적 가격 결정에 기여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존재하는데요. 합리적 가격 결정은 시장의 근본적 존재 이유입니다.
역사적으로 1610년 세계 최초로 공매도를 금지했던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한때 수 십 년간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결국에는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면서 다 부활시켰습니다. 즉 공매도는 세월의 검증을 통과한 제도인 것입니다.
2. 공매도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제도라는 점입니다.
증권시장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매도는 허용돼 있습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으며, 금지했더라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뿐입니다.
3.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 부분 이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환 부족으로 국가부도 위기도 겪어 본 우리 경제와 증권시장 외국인 투자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되는 FTSE와 MSCI 지수 가입을 위해 정부는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주요국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이스라엘과 함께 FTSE 지수에서 선진시장에 편입됐습니다. 선진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격상된 입이다.
참고로 '지수'란 특정 시장 내 주가의 변동을 한 눈에 보여주는 수치를 말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코스피(KOSPI)나 미국의 다우존스(Dow Jones) 등이 바로 '지수'입니다. 이 지수를 보면 그 나라 시장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또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전세계 기관투자자나 펀드 매니저들의 투자 방향을 결정지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라고 합니다. 벤치마크 지수의 양대 산맥은 바로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MSCI) 지수’와 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FTSE) 지수’입니다. S&P 지수, 다우존스 지수 등도 영향력을 가진 벤치마크 지수에 해당합니다.
MSCI 지수는 MSCI Barra(MSCI는 2004년에 Barra를 인수해 MSCI Barra(바라)로 불리고 있음)가 작성해 발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주가 지수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대형 펀드, 특히 미국계 펀드 운용의 주요 기준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가 MSCI지수라면 유럽을 대표하는 지수가 FTSE지수입니다.
4.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공매도를 규제하는 국가라는 점입니다.
작년 9월 정부와 국회는 공매도 문제의 개선을 조건으로 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자본시장법이 통과됐습니다. 이제는 공매도 위반행위를 1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고 나아가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도 병과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공매도 주문금액에 해당하는 금융당국의 과징금도 도입돼 사실상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보다 더 엄중한 수준인데요. 현행법상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는 공매도는 내부자거래로, 주가조작을 위한 공매도는 시세조종으로 처벌됩니다. 신설된 공매도 처벌 조항은 착오 등에 따른 단순 공매도 주문에 적용될텐데 행위의 비난가능성에 비해 처벌이 가혹한 편입니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형사 처벌의 경우, 홍콩만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무차입 공매도에 징역형을 두고 있는데 그것도 2년 이하의 가벼운 형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불법 공매도에 30만엔의 과태료 처분 밖에 없습니다. 흔히 공매도 처벌 강화 주장의 대표적 근거로 드는 미국 사례(20년 이하의 징역)는 오해가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법 제32조에 있는 20년 이하의 징역 조항은 이 법을 위반한 모든 행위에 대한 처벌의 한계를 정한 포괄적 규정일 뿐 공매도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근거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공매도 위반으로 형사 처벌된 사례도 찾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공매도 주문으로 인한 가격하락 방지를 위한 중요 장치인 업틱룰(직전 가격 이하의 공매도 주문 금지)도 우리와 달리 미국은 원칙적으로 폐지한 상태입니다.
5.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발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는 점입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적대감은 가격 하락에 대한 원초적 공포도 있지만 1%대 99%라는 기회 불균등과 기관·외국인들의 미공개 정보이용에 대한 불만도 큽니다.
따라서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중대한 공시 직전의 대규모 공매도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공매도 정보 알아보기>
공매도 재개 연기, 상위 일부 종목으로 제한(2.3 수정)
공매도 재개하면 증시는 어떻게 될까? 주의해야할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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